LG경제연구원 ‘성장 모델 전환 모색하는 중동 석유화학 산업’
 
LG경제연구원

중동 석유화학 산업은 지금까지 범용 석유화학 제품 위주의 수출형 성장 모델을 지향해왔다. 저가 에탄 가스에 기반한 파괴적인 원가 경쟁력은 전세계 모든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있게 해주었으며, 그 덕분에 중동 석유화학 기업들은 빠른 양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동이 가스 부족난에 시달리면서, 원가 경쟁력에 기반한 자국 내 생산 능력의 추가적 확대 여력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Post-오일 시대가 도래하기까지 최대한 경제 구조 고도화를 이루고자 하는 중동 국가들이 석유화학 산업에 거는 성장 기대치는 과거에 비해 더욱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동 석유화학 산업은 성장 모델 전환을 통해 점차 다양한 원료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사업 도메인을 확장하고 있다. 중동 기업들은 R&D, 마케팅 역량 및 현지 고객 기반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현지 진출 및 해외 자산 인수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현지 사업 인수를통한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은 중동 국가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빠른 양적, 질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앞으로도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중동 석유화학 산업은 자국내생산 능력 확대와 적극적인 해외 직
접 투자의 두 가지 성장 축을 동시에 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석유화학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산업을 주도해 온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석유화학산업이 완연한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중국, 중동 등 신흥국의 세력이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다. 특히 강력한 원가 경쟁력에 기반한 중동 기업들의 생산능력 확대에 전세계 석유화학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의 에탄 가스 등 원료 가격은 기타 지역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바탕으로 중동은 기초 석유화학 제품 부문에서 놀라운 양적 성장을 보여주었다(<그림 1> 참조). 중동 지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2000년 전세계 생산 능력의 6%에서 2009년 현재 15% 수준으로 빠르게 확대되었으며, 2015년경에는 약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전세계 석유화학 제품 수출 시장의 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중동은 이미 국제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역시장 내 중동의 영향력 강화는 기존의 메이저 플레이어들에게 상당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유럽의 경우, 석유화학 수출 시장에서의 지위가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2> 참조).

그러나 최근 들어 석유화학 산업에 있어서 중동의 막강한 영향력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복되는 신증설 계획의 차질, 가동 중단 속출 등 문제로 중동의 영향력 확대에 제동이 걸릴것이라는 주장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러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사우디 및 카타르의 신증설 설비 가동이 지연되어 적어도 하반기나 되어야 물량이 출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반복되는 트러블로 이란의 대규모 생산설비의 재가동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석유화학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은 자취를 감추고 일각에서는 Super Cycle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석유화학 산업에 있어서 중동의 영향력은 과연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본고에서는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지금까지의 성장 모델을 분석하고 이들의 향후 성장 전략을 전망함으로써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현재 석유화학 산업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향후 전망에 대한 해답은 물론 전환기를 맞이한 세계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 재편 방향을 예측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줄 것이다.

Ⅰ.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성장 모델 분석

석유화학산업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중동은,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등 아라비아반도의 주요 산유국과 넓게는 이란 및 북아프리카의 리비아, 알제리 등이 포함될 수 있으나, 지금까지 적극적인 육성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이 본격 성장궤도에 진입한 국가들은 아라비아반도의 국가들이다(이하에서 중동은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의 걸프협력기구 6개국과 이란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칭). 이들 국가에서는 석유나 천연가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전체 GDP의 약 50%, 정부 재정과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경제 구조로 인해 중동 국가들은 유가변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실제로 중동 국가들의 경제성장률과 국제 유가 추이는 거의 동일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동의 대표적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 쇼크 이후 안정적인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었던 80~90년대에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자국내 석유화학 생산능력 확대에 기반한 수출형 성장모델 유지

유가 변동에 따라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빈약한 경제구조를 고도화, 다변화하고 고용창출을 달성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은 자국 내산업 기반 강화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1차오일 쇼크 경험 이후 5개년 경제 개발 계획을 통해 자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석유화학, 알루미늄, 철강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은 경제 개발 계획을 실행한 1970년 이후부터 제 7차경제 개발 계획 기간(2000~2004년)까지의 비석유 부문 누적 설비 투자액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구조 고도화 노력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그림 3> 참조). 한편, 사우디 아라비아를 모델로 중동 국가들은 저가 원료를 바탕으로 자국 내 산업 기반 마련 정책 기조에 따라 공격적 신증설을 추진해왔다(<그림 4>참조). 카타르, 이란, 쿠웨이트 등은 90년대 후반부터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분야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석유화학 경제 특구, 정유/제조 중심 산업도시 등을 구축하며 본격적으로 석유화학 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왔다.

유기적 성장 모델만으로도 고수익 실현

중동 석유화학 기업들은 단기간 내에 자국 내 생산 능력 확대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자 선진 기업들과의 합작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나, 기본적으로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전략을 고수해왔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Yanpet, PetroKemya, Jubail United Petrochemicals, 및 카타르의 Q-Chem, 쿠웨이트의 Equate 등이 모두 이러한 성장 모델 하에서 추진된 프로젝트들이다. 제품 측면에서는 저가 에탄원료로부터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PE 등 에틸렌 유도품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현재까지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의 중동 국가들은 프로필렌 유도품인 PP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저가 에탄 가스에 기반한 파괴적인 원가 경쟁력은 차별적인 제품력이나 고도의 마케팅 역량 없이도 그 자체로 전세계 모든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주었으며, 그 덕분에 중동 석유화학 기업들은 30%를 상회하는 높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그림 5> 참조).

Ⅱ. 새로운 성장 모델 도입의 필요성

중동 석유화학 국가들의 수출형 성장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값싸고 풍부한 원료와 함께 석유 경제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저가 원료의 확보가 더 이상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흥 개도국의 수요 급증으로 석유 자원의 고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설상가상으로 화석 연료 사용을 억제하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성장 모델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점진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석유화학 산업의 육성방식 전환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파괴적 경쟁력을 지닌 원료 확보의 한계

과거 유전에 함께 매장되어 있던 수반 가스(Associated gas, 원유와 함께 매장되어 있는 가스로 순수 천연가스전의 비수반 가스대비 에탄 함량이 3배 가량 높다)를 태워버리던 데에서 이를 석유화학 원료로 활용한 이래 중동 국가들은 자국 내 석유화학 생산 설비에 대해 수반 가스를 거의 거저 제공하고 있다. 저렴하면서도 비수반 가스대비 에탄 함량이 월등히 높은 수반 가스의 안정적 공급은 당연히 중동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의 강력한 원천이 되어왔다. 그런데 현재 수반 가스 부족이 중동석유화학 신증설 설비 가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최대의 석유/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동이 최근 가스 부족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① 원유 생산량 동결 기조 유지

중동의 가스 부족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장량이 아닌, 가용 생산량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 경기 침체와 더불어 OPEC은 2008년 9월 이후 원유 감산 조치를 취해왔으며, 유가를 배럴당 70~80달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생산량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OPEC 12개국의 총 생산량 가운데 약 28%를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몇 년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하루 평균 약 1,200만 배럴로 생산 능력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약 800만 배럴로 제한 받고 있다. 2008년 사우디 아라비아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인 1,085만 배럴 대비 20% 가량 감소한 것이다. 문제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가스는 총 매장량 가운데 57%가 수반 가스 형태로 매장되어 있어 원유 생산 감소는 가스 생산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에틸렌 생산 설비는 500만 톤 이상 증가한 반면, 원유 생산 감소에 따라 가스 공급은 오히려 감소했다. 가스 생산량의 55%와 45%를 각각 발전용 연료 및 석유화학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최근 담수화 처리 등에 필요한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석유화학 신증설 설비에 대
기사입력: 2010/02/23 [12:10]  최종편집: ⓒ 성남N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