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개발, 최근에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 등 여러 논란들로 끊일 날이 없었다, 다원화된 민주사회를 살고 있기에 이러한 논란들의 대두는 놀랍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담론들에 대해 옳고 그름,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 정의와 부정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토론되어 하나의 대안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반대의견을 배척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편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견을 펼치는 듯해서 안타깝기만 하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부수 1위를 차치한 책이 있다. 미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왜 이 책이 70만부나 팔리면서 인기가 있었을까? 나는 우리나라 대중이 정의(justice)에 목말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답답한 사회현실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독자들은 다양한 정치 철학자들의 주장들을 통해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평소 인기 없기로 유명한 이른바 “인문학” 책자인데도 이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도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서도 대한민국은 ‘民主共和國’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민주국가인 것에는 동의 하지만 ‘공화(共和)’ 국가인지는 의문이다. 공화란 미덕을 갖춘 시민이 자신의 사적이익을 양보하여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정의(justice)의 정의(definition)와 일맥상통한다. 이런 정의(justice)와 공화(共和)의 개념은 사회의 모든 방면에서 필요하고 적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소방조직에서도, 소방은 항상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받고 믿음을 주는 조직으로 선정된다. 이는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위급한 재난과 도움이 필요로 하는 곳에 언제든 다가가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점과 큰 관련성이 있다. 하지만 과연 소방은 정의로운 조직일까? 최근 소방방재청은 위급하지 않은 구조·구급 출동은 거절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동안 소방은 국민들이 해달라는 것, 도와달라는 것은 어떤 것이든 들어줬다. 잠긴 문을 열어달라거나, 술에 취한 사람을 집으로 데려다 주기도 했다. 이런 구조·구급출동이 잦다보니 소방의 물적·인적 낭비가 심해져 公法상 규제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만약 위급하지 않은 출동으로 정말로 위급하게 119가 필요한 곳에 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어떤 것이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한 ‘정의(justice)’인가? 사회의 진정한 정의 실현을 위해서 ‘나 하나쯤 이런 신고를 해도 되겠지’ 같은 안일한 생각이 아니라, 신고하기 전에 ‘내가 이 신고를 한다면 나보다 더 위급한 사람에게 폐를 끼치진 않을까’ 라는 마음가짐으로 소방조직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동안 소방은 정의롭지 못했다. 아니 홀로 정의로울 수 없었다. 소방은 공공선에 부합되는 일을 묵묵히 수행할 때 정의로워질 수 있다. 이러한 소방의 정의 구현에는 신고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소방이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긴급한 재난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하고 효율적인 현장활동을 위해서는 그 현장에 접해있는 시민들의 높은 선진의식과 정의로운 사명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정의로운 시민들만이 정의로운 소방을 만들 수 있다. 소방의 정의로운 업무수행 구현을 위해 시민들의 작지만 큰 역할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성남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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